충북 음성군 노인복지관 시창작교실에서 2년째 시(詩)를 배워 온 조순례(72ㆍ대소면 삼호리) 할머니가 7일 '늦게 피는 꽃도 향기 짙어'란 시집을 냈다.

작년 가을 7명의 동인들과 함께 '벌 나비 날아들면 열매 맺는다'는 시집을 발간한 데 이어 첫 개인 시집을 낸 것이다.

그는 '팔팔하게 노년을 살자'는 의미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 88편을 5부에 걸쳐 시집에 담았다.

1부 '그리움 깊숙이 감추고'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는 글을, 2부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3부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에서는 꽃과 나무, 자연을 각각 노래했다.

4부 '서산에 걸린 해는 걸음을 재촉한다'에서는 주위의 자연풍광을, 5부 '허리 펴고 하늘을 보니'에서는 삶 속에서 부딪혀 오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집 뒤꼍에는 '천연기념물 제12호 음성 황새 번식지'라는 비(碑)와 함께 6ㆍ25 때까지 황새가 살았다는 400년생 물푸레나무가 있다.

그래서 대종가집 7남매의 맏아들에게 시집 온 조 할머니는 주위에서 '황새나무집 맏며느리'로 불렸다.

남편 강성옥(72) 할아버지는 시집 발간을 축하하는 글에서 "장애2급 판정을 받고 삶의 의욕마저 잃은 것 같았던, 사랑하는 당신이 시집을 펴냈다"면서 "삶의 의욕을 되찾고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당신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조씨를 지도한 증재록 시인(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은 발문에서 "자연현상에 자화상을 대비하면서 친숙한 시적 대상을 품고 펼치는 풍경은 보편적이지만, 만남이 소중하다는 의미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조씨는 "인생의 황혼기에 무엇인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시를 쓰게 됐다"면서 "3년 전 척추에 큰 수술을 받아 여러모로 어려웠지만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자꾸 쓰라는 증 선생님의 조언이 오늘의 행복을 붙들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