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강풍에 떨어져 시민들을 다치게 했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 간판이 걸려있던 옛 연초제조창 정문 옆 구조물.

태풍 '볼라벤'에 의한 강풍에 떨어져 인적·물적 피해를 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 간판이 허가 받지 않은 불법 간판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녹색수도 청주를 표방하며 '간판이 아름다운 녹색거리 조성'으로 도심 환경 정비를 추진 중인 시가 정작 시 관련 불법 간판은 그냥 둔 상황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시가 볼라벤의 영향권에 들었던 지난 28일 오전 6시께 옛 연초제조창 정문 옆에 세워져 있던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홍보 간판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면서 그 아래 주차돼 있던 택시 한 대가 파손되고 시민 세 명이 다쳤다.

세 명 중 한 명은 머리를 다쳤고 두 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초정노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시는 정밀검사 결과 큰 부상이 아니어서 이들에게 3∼4일 정도의 휴업 보상금을 지급하는 선에서 사고를 수습했다.

택시는 좌측 사이드 미러와 보닛이 파손되는 등 150만 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비엔날레 홍보 간판이 허가받거나 신고된 간판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심 환경을 정비한다는 시가 시 행사 관련 불법 간판은 사실상 묵인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상당구청 관계자는 “문화재단 측에서 홍보 간판을 설치하겠다며 협조 요청이 들어오긴 했는데 구청에서 허가를 받거나 협의하진 않았다"며 적법하게 설치된 간판이 아니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구가 허가 받지 않은 간판을 인지하거나 신고를 받을 경우 2∼3주 정도의 기한을 주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이 기한이 지나도 간판주가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강제금을 부과해도 철거하지 않으면 고발 조치까지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비엔날레 행사장을 조성하면서 같이 설치했던 간판이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 철거할까 고민했으나 최초로 담배공장을 국제행사장으로 활용했다는 상징성과 비엔날레의 연속성을 생각해 그냥 뒀던 것"이라며 "설치 당시 시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엔날레를 치러오면서 시내 일원에 설치하는 현수막·간판 등은 모두 허가를 받았지만 내부 시설은 그런 적이 없다. 이번에 떨어진 간판은 담장 안 쪽에 세워져 있었고 밖으로 돌출돼 있어 내부 시설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설치물은 허가는 물론 디자인 등을 외부 전문가에게서 심사까지 받는다. 만약 이번 사고를 재단이 책임져야 한다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시에서 허가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단 측은 떨어져나간 간판이 걸려있던 구조물을 30일 철거할 예정이다.

▲ 지난 28일 떨어진 공예비엔날레 홍보 간판에 파손된 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