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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보리떼-한범덕 장송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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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9  09: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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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2월, 미8군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던 현대건설은 부산 유엔군 묘지 단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8군 측은 엄동설한에 황량한 그 묘지를 파랗게 단장해 달라는 주문을 정주영에게 했다. 한국전에 출병한 각국 유엔 사절들이 내한, 참배할 계획인데 흙바닥 그대로 유엔군 묘지를 보여줄 수 없다는 고충을 피력하면서 정 회장에게 ‘겨울철 묘지 녹화사업’을 의뢰한 것.

무턱대고 묘지 녹화사업 공사를 수주한 정주영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묘안을 내 낙동강 연안 남지 모래질 벌판의 보리밭을 통째 구입, 파란 보리 포기들을 뗏장 떠서 묘지에 옮겨 심었다. 묘지를 파랗게 단장만 하면 됐지 유엔 사절들이 와 보고 그 파란 것이 보리냐 잔디냐를 따질리 없을 것이 아니냐는 배짱에서 ‘보리 잔디’ 공사를 해치운 것이다. 미군 측은 이같은 정주영의 기상천외한 녹화수법에 감탄, “원더 풀, 굿 아이디어!”를 연발했다.

이같은 정주영의 창의적 발상과 경쟁을 하려는가. 청주시는 녹색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상당구 중앙로 차 없는 거리 220m 구간에 약 2억 원을 들여 강원도 홍천에서 구입한 수령 50~60년 장송 15그루를 심었다. 나무 높이가 수십m인 장송(長松)이 그 위용을 자랑하며 청정히 살아 있다면 중앙로는 그야말로 녹색도시 청주의 한 상징이 될 수 있을 터이다. 아마 그런 효과를 노리고 소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이달 15일 심은 지 한 해도 안 돼 그 장송 중에서 7천만 원 상당의 5그루를 베어 냈다. 뿌리가 내리지 못해 고사(枯死)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3그루도 시원치 않아 오는 11월경 베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체 15그루 중 8그루를 잘라내면 50%가 고사, 폐기처분되는 셈이다. 한심한 일이다. 시 당국자는 고사 방지에 최선을 다했지만 심한 가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5그루가 말라 죽었다고 밝히고, 보식은 2년간 무상 하자보수를 약정한 조경업체가 부담하게 되어 있어 시의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소나무 이식사업이 잘됐다는 얘긴지 뭔지 모르겠다.

청주시가 뭐라 해도 중앙로 장송 식재는 환경·생태전문가들로부터 전형적인 보여주기 ‘전시행정(展示行政)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임기 중 우람한 장송이 차 없는 중앙로를 뒤덮는 장관을 구상했는지 모르나, 이제 청주도 점차 아열대화 하고 있는 한반도 식물 생태환경 상 소나무는 적합 가로수종이 아니라는 환경·생태전문가들의 충고를 경시한 업보를 받고 있다 하겠다. 설사 소나무를 심는다 해도 운송 편의를 위해 장송(長松)의 잔뿌리와 윗가지 상당부분을 잘라내고 심은 소나무가 제대로 살기를 바랐다면 너무도 ’무식한 기대‘라 하겠다.

태풍비상시국에 몽골 간 한 시장 제정신인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한 기업가가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사기업의 이익을 창출한 사업 추진 방침이지만 장구한 안목으로 공익을 추구해야 할 청주시의 중앙로 장송 식재는 4년 임기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임을 면치 못한다. 그리고 하자보수 식재는 조경업체가 부담, 시비의 추가 지출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크게 보면 조경업체의 보식 자금도 국민의 재산 낭비다. 앞으로 남은 소나무도 하자보수 기간을 경과하여 고사 현상이 발생하면 시비를 안 들이고 어찌할 건가.

한편 한범덕 시장이 27일부터의 몽골 출장계획을 변경, 제15호 태풍 ‘볼라벤’ 피해대책에 전념키로 했다가 청주권에서도 태풍 위세가 한창이던 28일 오후 슬그머니 몽골 출장길에 오른 것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경시한 행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외교적 신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태풍비상시국에 청주의 수장(首長)이 시민의 안위 등을 멀리한 채 몽골행을 했다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그의 정체성에 의문을 자초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이런 한 시장의 행보를 볼 때 차기 지방선거에서 그가 통합시장에 도전할 경우 시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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