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원들이 태풍 ‘볼라벤’ 때문에 전국 지자체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27일 절반 이상 해외 연수를 떠나고 다음날 시장도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부랴부랴 몽골로 떠나 비난을 사고 있다.

한범덕 시장은 28일 청주시의 국제우호도시인 몽골 자브항도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태풍 피해 현장을 돌아본 뒤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시청에서 출발한 한 시장은 이어 오후 7시 50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8시 20분(이하 현지 시간) 울란바토르에 도착, 1박한 뒤 29일 오후 1시 20분 다시 비행기 편으로 오후 3시 30분 자브항도에서 먼저 가 있던 청주시 대표단과 합류한다.

당초 한 시장은 27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볼라벤’이 한국을 지남에 따라 재해 대비 등을 지휘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한 시장은 28일 인천공항에서부터 홀로 비행기에 오른 후 울란바토르에서 현지인의 안내로 숙식을 해결한 뒤 역시 혼자 비행기에 올라 자브항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한 시장 도착 후 현지에서 컴퓨터 기증식, '청주의 숲' 식목행사, 2013년도 교류사업 협의서 체결, 자브항도청·자브항도의회 방문,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오송 뷰티 박람회 홍보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3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계획이다.

'청주의 숲'은 자브항도청 소재지인 율리아스테이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포플러, 비술나무, 소나무, 산자나무 등을 심는 사업이며 올해 8천만원을 들여 1㏊를 조성한다.

앞서 태풍이 상륙한다고 했던 27일엔 시의원 26명 중 과반인 17명이 해외로 떠났다.

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6명과 임기중 의장은 다음 달 6일까지 일정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한다. 복지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 6명은 다음 달 5일까지 배낭여행으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독일 등을 둘러본다.

도시건설위원회 이재길·김기동 의원, 기획행정위원회 김성택·육미선 의원도 이 날 몽골 자브항도 방문 대표단 자격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시의원들과 의회 직원들의 총 경비(자비 제외)만 4천만원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초강력 태풍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비상근무에 돌입, 재난 대응에 부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출직들이 해외연수에 나선 건 유권자인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시민 이 모 씨는 "태풍 비상시국에 시의원들만 무사태평한 것 같다. 의장 선출을 놓고 감투싸움을 할 땐 언제고 이런 일에는 의기투합하는 것을 보면 의원들 수준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번 시의원 해외연수는 정기적으로 실시 중인 현장 견학이지, 외유성 관광이 아니다"라며 "태풍 발생 전에 잡혀있던 일정이고 현재 비상근무 체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자브항도의 거듭된 초청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태풍이 청주를 지나가면서 한 시장도 하루 먼저 간 대표단의 뒤를 따라 몽골에 가게 됐다”며 “자브항도 방문은 국가 도시 간 약속이었기 때문에, 이미 ‘한 차례 연기’라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상태라 고민 끝에 몽골에 양해를 구하고 한 시장만 따로 연기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