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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이재준 전 충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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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6  12: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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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나 사기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개 성공을 거둔다. 오래 전 흥행몰이를 한 헐리웃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세계의 영화 팬들이 사기꾼으로 등장하는 미남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팔색조 행각에 박수를 보낸 것은 왜 일까. 사기꾼에게 속고 속이는 군상들도 재미있지만 인간이 지니고 있는 속성 가운데 한탕주의나 사기나 도둑근성이 잠재한 때문은 아닐까.

사기행각으로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민담 속의 주인공 김선달. 그는 서민들의 역사 속에 그리 밉지 않은 캐릭터로 자리 잡아온 것 같다. 선달 얘기 가운데 장사꾼을 골려준 재미난 내용이 있다. 선달이 하루는 닭을 파는 시전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닭장 안에는 크고 화려한 닭 한 마리가 있지 않은가. 선달은 문득 꾀가 생각났다.

“저 돈만 아는 장사꾼 놈을 한번 골려볼까”

선달은 주인을 불러 “자네 저 닭이 ‘봉(鳳)’이 아닌가?”하고 물었다. 장사꾼은 처음에는 아니라고 부정했다. 그러나 선달은 계속 “틀림없는 봉인데... 내 눈엔 봉일세”라고 말하며 닭 장수의 답을 유도한다. 결국 닭 장수는 “그래! 봉 일세”라고 대답하며 많은 돈을 요구했다.

선달은 큰 돈을 주고 닭을 사 고을 원님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귀한 '봉'을 구했다며 선물로 바쳤다. 원은 닭을 봉이라고 바친 김선달을 붙잡아 형틀에 묶고 볼기를 쳤다. “이런 미친 놈! 네 놈이 감히 고을 원을 속여? 매우 쳐라!”

선달은 고통을 호소하며 자기는 닭 장수에게 속았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원은 닭 장수를 붙잡아 들였다. 결국 김선달은 닭 장수에게 닭 값은 물론 볼기 맞은 대가로 큰 배상을 받았다. 닭을 ‘봉’이라 속였다 하여 김선달의 호가 봉이(鳳伊)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 고전 문학 속에도 도둑은 곧잘 의적으로 혹은 인기 맨으로 묘사된다. 홍길동이나 임꺽정은 조선 양반사회 수탈을 일삼는 계층의 반동인물로 민초의 영웅으로 까지 추대되는 것이다.

소설 홍길동전은 판타스틱 물이다. 길동은 둔갑술의 천재였으며 라스트는 고국을 떠나 율도국(硉島國)에 정착하여 이상적 왕국을 건설한다. 작가 허균의 삶은 비극적이었지만 문학 속의 길동은 유토피아의 제왕이 되는 것이다. 길동의 삶 속에는 서얼차별에 대한 저항이 있고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탈취하여 가난한 양민을 돕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이 살아있다.

임꺽정은 백정 출신의 실존인물이었다. 임꺽정의 활동 무대는 한 때 산간지대였으나 평안도와 강원도, 경기지역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나중에는 도성 한양마저 흔들었다. 조선 왕 명종은 임꺽정 무리들을 ‘반적(叛敵)’으로 까지 규정했다. 그러나 왕의 특명에도 불구하고 임꺽정을 잡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민중들이 의적을 숨겨주고 감쌌기 때문이다.

홍길동·장길산·임꺽정, 민중의 지지를 받은 의적

명종실록을 편찬한 사관(史官)도 임꺽정을 두둔하는 사론(史論)을 첨가한다. “도적이 성행하는 것은 수령의 가렴주구 탓이며, 수령의 가렴주구는 재상이 청렴하지 못한 탓이다. 오늘날 재상들의 탐오한 풍습이 한이 없기 때문에 수령들은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권력자들을 섬겨야 하므로 돼지와 닭을 마구 잡는 것처럼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곤궁한 백성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으니, 도적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는 형편이다.”

실학자 이익(李瀷)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장길산·임꺽정을 꼽았다. 성호가 왜 이들 3명을 대도(大盜)로 꼽은 것일까.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위정자에 대한 저항을 통해 민중의 지지를 받는 의적(義賊)이었다는 긍정적 시각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관객 1천여만명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이 지금 난리다. 잇달아 해외영화제의 러브콜을 받는가 하면 홍콩등지에서도 개봉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치인 도둑, 기업인 도둑, 온갖 도둑, 사기꾼이 득실대는 오늘날 세태 ‘도둑들’의 흥행불패는 시대의 반영인가. 의적이 아닌 한탕주의 도둑들에게 까지 환호하는 요즘 세태 신드롬은 아무래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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