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일자로 진주와 창원MBC가 'MBC경남'으로 통합된 데 이어 청주와 충주MBC도 내달 중순 '통합 찬반투표' 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현재 청주MBC는 대체로 찬성 분위기인 반면, 충주MBC는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청주와 충주MBC, 강릉과 삼척MBC 통합을 이미 선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초부터 청주와 충주 MBC는 윤정식 사장이 겸임하고 있다. 청주와 충주MBC 노조가 취임 당시 1개월여 동안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자 이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사측 단독이 아닌 노사동수의 '통합추진위'를 구성, 통합업무를 추진키로 노사 간 합의했다.

통합추진위에서는 다음달 중순 청주와 충주MBC 통합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성원은 청주MBC가 71명, 충주MBC가 55명 등 총 126명(무기계약직 포함)이 투표에 참여 할 예정이다.

자본 구성은 청주MBC는 89%가 서울MBC, 개인이 11%이고 충주MBC는 51%를 서울MBC, 49%를 임페리얼골프장 최모씨가 소유하고 있다. 최씨 소유 지분은 현재 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처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달 중순 구성원 투표에서 찬성 쪽으로 결정되더라도 개인이 소유한 주식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려면 내년 말쯤이나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걸림돌은 경영적 측면이다. 사실 청주MBC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2006년 내덕동에서 가경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느라 20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100억원을 더 들여 디지털 방송 장비 등을 마련하느라 70억원의 부채가 있었으며 지난해부터 10억원 정도의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충주MBC는 150억여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내실이 있다. 충주MBC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독자 생존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 통합의 명분은 비용 절감

지방사 통합은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 체제 등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고, 방만한 조직과 인력을 정비해 경영을 효율화하며 보도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한 MBC 측의 입장이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없이 무슨 수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추가 투자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지역도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청주·충주MBC 통합을 저지했지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충주 등 북부 지역의 반대여론은 거세다. 충주MBC노조를 중심으로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들과 시민들이 통합 반대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북부지역 50만 시청자의 의사를 우선 존중해 진행돼야 한다"며 "통합된 MBC는 충북의 정치·경제가 집중된 청주권을 시작으로 보도와 편성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 중이다. 가뜩이나 충북도를 움직이는 힘과 돈, 그에 따른 발전 정책이 청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마지막 공공자산인 전파까지 내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결국 청주 흡수 통합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주MBC노조에서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통합 반대에 앞장 선 직원에 대한 징계 우려다. 실제로 진주·창원MBC 통합으로 출범한 MBC경남이 옛 진주 MBC가 지난 9월 말 구성원 10명을 무더기 해고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일이 충주MBC에서도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한편 2009년 청주MBC는 32명, 충주MBC 22명 등 총 54명을 구조조정 한 바 있다.

◇ 권력의 MBC 사영화 위한 수순 의혹 제기

방송통합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987년 ‘방송민주화’ 이후 몇 차례 지역MBC 광역화 논의가 있었다. 소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너지 효과가 목적이다. 특히 1997년 IMF 이후에는 MBC노조가 중심이 돼 전국의 지역 MBC를 6개 권역으로 묶는 안이 제시됐고 2006년에는 지역 MBC를 1도 1사 형식으로 광역화하는 계획이 추진되기도 했다. 위성방송·케이블TV 등과의 경쟁에 따른 효율화가 불가피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의의 통폐합도 여러 가지 한계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현재 추진 중인 지역MBC 광역화는 출발부터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부터 거론되고 있는 광역화는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방송 장악 및 노조 무력화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방문진과 MBC를 김우룡 전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같은 친정권 인사들로 장악했다. 지난해 김 전 이사장의 방문진 취임 일성이 지역MBC의 매각이었다. 김 사장의 진주·창원MBC 통폐합에 이어 청주·충주MBC, 강릉과 삼척MBC도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MBC 사영화를 위한 수순", "조중동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등의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지역 MBC 통폐합은 내부 구성원 뿐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도 그 취지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