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의 수컷 황새 '푸름이'가 사육시설 귀퉁이에서 먹이통을 앞에 둔 채 주저앉아있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의 국내 최고령 황새 ‘푸름이’가 노화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1980년 4월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 수컷 황새는 올해 32살. 사람으로 치면 80살에 해당한다.

황새의 노화로 인한 죽음이 포착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푸름이의 자연사는 황새의 수명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보고 있다.

센터 권용주 소장은 “푸름이가 한 달 전부터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며 “관절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근육도 완전히 말라붙었으며 몸에 난 깃털 역시 절반이 빠졌을 정도로 쇠약하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하루에 미꾸라지 300~400ｇ을 먹었으나 지금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이틀 전부터는 일어서지 못하는 등 노화로 수명이 다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권 소장은 “이런 상태라면 이번 주를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며 “황새의 수명에 대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푸름이의 자연사가 황새의 수명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름이는 부화한 지 3개월 만인 1980년 7월 멸종 위기종 복원 사업에 나선 독일의 발스로데 포겔 파크에 기증됐다. 푸름이는 1986년 그곳에서 짝을 만나 7년 동안 새끼 10여 마리를 낳았다.

1997년 포겔 파크의 기증으로 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에 자신의 새끼 4마리와 함께 건너와 둥지를 틀었던 푸름이는 한국 생활에도 잘 적응, 15년 동안 ‘장수’했다.

우리나라 마지막 토종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발견된 ‘과부 황새’로, 밀렵꾼의 총에 수컷을 잃은 뒤 1983년 서울대 공원으로 옮겨져 1994년까지 살았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멸종된 황새 복원을 위해 1991년부터 러시아에서 황새를 들여와 증식, 127마리를 사육 중이다. 이 센터는 내년에 3~6년생 황새 12마리를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풀어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