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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지사, 품을 넓혀야김춘길 주필 겸 대기자
김춘길  |  kck90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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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8.22  15: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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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큼 수를 읽는 다는 실력자들도 장기나 바둑을 두다보면 공짜라고 여긴 상대방의 기물을 성급히 먹으려다 오히려 역공을 당해 외통수에 걸리거나 대마가 몰사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내편의 작은 실리 확보에 급급하다 전체 판세에 위기를 초래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역사의 기록은 이처럼 작은 이익에 욕심을 내다가 큰 것을 잃게 되는 것을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다. 이 말이 유래된 옛 중국 북제유주(北齊 劉晝)의 신론(新論)을 보면, 전국시대 진(秦)나라의 혜왕(惠王)은 길이 험해 정복하지 못하고 있던 촉(蜀)나라를 먹어치우기 위해 촉나라 왕의 과도한 물욕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한 고사를 소개하고 있다.

진나라 혜왕은 신하들에게 커다란 황소를 조각하게하고, 촉나라로 가는 큰 길로 조각 황소를 밀고 가면서 황금 덩어리를 떨어뜨려 “황금 똥을 누는 소‘라고 선전했다. 그리고 촉나라에 사신을 보내 양국 간의 왕래 길을 넓게 조성한다면 ’황금 똥 소”를 촉왕에게 선물하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감격한 촉왕은 백성을 동원, 산을 뚫고 계곡을 메워 큰 길을 만들었다. 이때라고 여긴 진나라 혜왕은 소와 함께 수만 명의 군대를 보내 촉나라를 기습, 멸망시켰다. 촉나라 왕의 소탐이 나라를 잃은 대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탐대실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주변에서 무수히 존재한다. 공직자들이 뇌물을 탐하다가 죄수의 몸이 되어 한평생의 공직 공로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거나, 껄끄러운 적을 피하기 위해 져주기 게임을 하다 런던 올림픽 경기장에서 퇴출된 베드민턴 선수들은 소탐대실의 전형이다. 욕심이 죄를 낳고 죄는 사망을 낳는다는 성경의 말씀은 참으로 교훈적이다.

그런데 똑똑하고 일에 열심인 이시종 충북도정이 요즘 소탐대실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후임 인사문제에 대해 충북도가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명예회장인 충북지사의 의중 인물이 충북적십자사 회장이 되어온 관행이 이번에 깨트려진 것에 대해 이시종 지사의 심기는 많이 불편할 것이다. 충북도의 행정적 도움을 받는 기관이 도지사 의중을 그렇게 무시 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는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시종 지사는 한 차원 높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았으면 한다. 잘 알다시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자리는 권력기관이나 정치적 기관이 아닌, 순수한 인류 봉사단체의 도 단위 책임직이다. 따라서 이 자리에는 정당, 정파를 초월하는 인사가 기용되어야 한다. 적십자사 정신에 충실하고 봉사현장에서 수많은 땀을 흘리며 인도적 구호활동 등에 헌신한 사람 중에서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적십자 봉사원들과 일반인들은 대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자존심 상해도 모두를 안고 가야

그리고 이시종 지사는 차제에 좀 더 품을 넓혀주기 바란다. 이 지사가 지난 20일 전임 김영회 충북적십자사 회장 이임식에서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가 동일체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양자가 한 몸 인식에서 도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면, 이 지사는 한 때의 자존심 상처를 극복, 자신의 뜻을 어긴 인사들도 “섬겨야 할 도지사”라는 인식하에 모두 품에 안아야 한다. 아닌 말로 이 지사의 재선을 위해서라도 집토끼 챙기기 못지않게 산토끼 품기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봉사단체인 충북적십자사 회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어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이 지사는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렵지만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이 지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첫날 행보를 참작할 필요가 있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가 된 다음 날 국립 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 한 후 김해 봉하 마을로 가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처음으로 참배했다. 이어 사저로 권양숙 여사를 예방, 환담했다. 자신의 대권 고지 선점을 위해 국민 대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정치적 적군’ 속으로 파고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사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내편과 네편을 너무 구분 짓는 듯한 인상에서 탈피, 포용의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임기의 반환점을 통과한 이 지사는 등산가들이 “산을 오를 때 보다 하산(下山)시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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