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징검다리 건너다
흐르는 물 속 유심히 들여다봤더니
맞어 붕어새끼
고 쬐그만 붕어새끼 한 마리
제 몸의 비늘이란 비늘은 모두 열어
온몸으로 그 물 헤엄치고 있었다
타다닥 물을 떄려 물살도 일으키면서
온몸으로 그 물 살아내고 있었다

그때 마침 쏟아지던 금빛 햇살이 너무 좋아
나도 그 붕어새끼처럼 내 살갗 모두 열어
그 햇살 꼭꼭 저미어 닫고
그 햇살 꼭꼭 저미어 닫고 싶은데
징검다리 건너다 헛디뎌 풍덩 빠지듯
여기저기 쓸데없는 허방만 딛고 살아 온 세월이
느닷없는 한 줄기 바람으로 휙 하고 내 뺨을 후려 치면서
택도 없다 이 놈아 이 순 허랑방탕한 놈아 한다
햇살은커녕 언감생김 맘조차 못 먹게 한다
 

▶충북 보은 출생
▶1983년 『월간문학』
▶시집『아버지는 두릅나무 새순만 따고』『분리된 꿈』
『속초행』『하늘뜨락』
▶현 청주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