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 유사한 사례로 인준 불허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차기회장에 선출된 당선자에 대한 적십자사 총재의 인준 여부가 지역사회에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적십자사 정관에 ‘회장은 상임위원회에서 선출하고 총재가 인준한다’고 규정돼 있다. 총재가 인준을 거부하면 그것으로 이번 회장 선출 결과는 ‘무효’가 되는 셈이다.

실례로 서울시에서는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이번 일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적십자사 총재가 인준을 하지 않은 전례도 있다.

충북적십자사는 당초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영회 회장의 이임식과 함께 성영용(전 충북도교육위의장) 당선자의 차기 회장 취임식을 지난 17일 가지려 했으나 인준 지연으로 20일 김 회장의 이임식만 가질 예정이다.

차기 회장 인준 지연과 관련해 충북적십자사 측은 “중앙에 선출을 보고한 후 통상적으로 7∼10일 소요된다”며 관례라고 설명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적십자사의 고민은, 적십자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치단체의 추천 인사가 회장에 탈락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적십자사 지사의 회장은 그동안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도지사의 의중이 반영돼 합의 추대 형식으로 선출됐던 것이 상례였다. 이번에 탈락한 도 추천 인사도 신임 회장 선출일 한달 여 전 부터 적십자사 본사가 내락한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적십자사 충북지사 상임위원회가 반란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면서 적십자사나 충청북도,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난처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현재로서는 적십자사 안팎에서 성 당선자의 총재 인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자치단체 추천 인사를 회장으로 추대하는 관행은, 운영에 자치단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다 경선으로 회장을 선출하면 파벌이 생기는 등 적십자 정신과 거리가 먼 부작용들을 막자는 속뜻도 있어 적십자사가 경선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 이임식에 적십자사 고경석 사무총장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 총장이 대의원들의 여론을 수렴해 총재에게 보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임식에 이 지사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 지사와 고 총장이 이번 일과 관련한 수습책을 논의할 개연성도 있다.

충북도는 충북적십자사에 직접적 금전 지원은 하지 않지만 일선 지자체를 통해 적십자회비 지로 배포 등을 돕고 있다. 1년 운영비가 15억원 정도인 충북적십자사 입장에서는 충북도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편 충북적십자사는 지난 9일 28대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를 열었으나 '충북지사 명예회장'인 이시종 지사의 추천을 받은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5표)가 표결에서 떨어지고 성 당선자(10표)가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