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도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충북지역 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도민 대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설립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 공감하지만 막대한 재원과 경쟁력 약화, 부실가능성 등을 들며 점진적 추진 내지 원천적 반대론을 내세웠다. 

주제발표에 나선 정삼철 한국발전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장은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경우 충북(충청)연고 은행의 지역본부를 지주회사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1안', 순수 지역자본을 모아 지방은행을 신규설립하는 '2안', 우량한 상호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키우는 '3안' 등 3가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정 부장은 "2안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방지, 중기대출 활성화 측면에서 가장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은행 창립자금 조성이 어려운데다, 창립이후 경쟁력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부실가능성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상황에서 2000억 원에서 많게는 4000억 원이 필요한 지방은행의 신규설립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성급한 추진보다는 단계적·점진적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주제발표는 표현상의 중립지향이었을 뿐,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의 반대로 풀이되고 있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충북대 이연호 경제학과 교수는 “작은 규모의 지방은행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실가능성이 크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면서도 “과거 IMF구제금융 당시 충북은행과 충청은행이 왜 부실해졌고, 결국 퇴출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따져본 뒤 그 다음 단계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강태재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청주상공회의소에서 일할 당시 적지않은 지역은행, 리스사, 상호금융사 등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준 일이 있는데 부실의 길을 걷다 모두 퇴출됐다”며 “이론적으론 부실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직접 겪어본 경험에서 볼 때 그런 은행은 거의 만들 수 없다”며 반대론을 펼쳤다. 

이두영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염홍철 대전시장의 공약으로 대전시가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최근 염 시장도 지역여론을 파악하고 '총론은 같고 각론이 달라 서두를 생각이 없다'며 조기 설립의지에서 다소 후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주상공회의소 박영기 사무처장은 "지방은행을 설립한다면 해마다 500억 원의 적자(영업손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0년이 돼서야 손익분기가 되는데 이 때까지 2년 단위로 1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편 충청권 4개 자치단체는 충청권행정협의회를 통해 충청권 지방은행의 대선 공약화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지난 13일 열린 23차 협의회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건을 대선 공약 요구사항에 포함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