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에 ‘다수결’이 있다. 다수가 원하는 방향을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에 생긴 원리이다. 통상 ‘상식적’인 결론에 대해서는 다수가 그쪽을 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른다.

그러나 다수라고 해서 그 의견이 곧 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소수인데 다수가 지지하는 양 성급한 일반화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시쳇말로 ‘쪽수로 밀어붙이기’는 정당함을 가장한 집단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갈릴레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으나 수천 년 동안 천동설을 믿어 온 대중과 교황청은 그를 격렬히 비난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19세기 말 프랑스 제3공화국 시절 프랑스군 장교 드레퓌스는 영재학교를 졸업해 군부의 엘리트가 됐으나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독일군 첩자라는 누명을 썼다. 이때 그의 가족들과 지인 등 몇몇을 제외한 대다수 군 장교와 보수 언론은 그가 유대인이므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의심스럽다고 단정, 그를 간첩으로 모는 데 가담했다.

드레퓌스는 재판에서 종신 유배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돌감옥에 갇혔으나 에밀 졸라 등 지성인들이 여론을 형성, 십수 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적합한 예가 되는지는 모르지만 다수가 소수를 얼마나 쉽게 눌러버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현수 전 청주시장이 수장인 ‘충북 발전 범도민 연대’가 13일 청주·청원 통합시 명칭으로 ‘청주’를 고집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단체는 청주의 인구가 청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통합시 명칭 역시 ‘청주’가 돼야 하고 청주와 청원 주민 각 1천명 대상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양 시·군 인구 비례에 따라 조사 대상 규모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청원군민들을 생각한다면, 작금의 통합 결정이 얼마나 힘들게 내려졌는가를 안다면 이런 주장은 나와선 안 된다.

현재도 통합을 부정적으로 보는 군민들이 상당수 있다. 청원군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땀흘려가며 가꿔온 자신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주장이다. 배려라고는 눈 씻고 찾으려도 찾을 수 없는, 이기주의로 가득 찬 발언이다.

통합이 결정된 지 겨우 두 달이 지났다. 겉으로는 청주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벌써부터 기득권을 챙기겠다고 나서냐며 혀를 찬다. 자중하고 기다리자.